집안 온습도 조절이 중요한 나에게
가습기는 빼놓을 수 없는 가전이다.
어쩔 수 없이 쓰고 있긴 하지만
결코 좋아할 수 없는
다이슨 가습기 이야기
그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
내 조건에 부합하는 제품이 정말 이거 하나였다.
내가 가습기에 원하는 기능은
UV기능 하나였다.
UV로 물을 살균해서 가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당시 국내 제품 중에 그런 것은 없었는데
드디어 그런 제품을 만나게 된 것이다.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2016년에 다이슨 청소기를 구매하러 갔다가
가습기도 같이 구매하게 되었다.
구조가 복잡한 만큼 청소도 복잡하다.
쉽게하고 그런거 없다. 그냥 일일이 분해하고 닦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쓰면 안되는 것
알코올 및 강한 산 혼합물,
아세톤 및 유성제품,
알칼리 표백 혼합물,
아로마오일, 방향제, 향 오일
뜨거운 물, 브러시,
연마제, 식기세척기
청소할 때 필요한 것
구연산, 찬물, 극세사 천, 면봉
내 엄지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저 버튼을
재주껏 아래로 꽉 눌러주면
루프와 본체가 분리된다.
빨간색 손잡이를 꺼내서
물통을 위로 들어 올려
본체와 물통을 분리한다.
루프도 분리를 해야 하는데
한 손으로 아랫부분을 잡고
위쪽의 얇은 테두리 부분을 바깥으로 밀어내면
분리가 가능하다.
생각보다 강하게 밀어내야 한다.
분리하고 나니 안쪽으로
더러운 부분들이 더 눈에 띈다.
물 1L에 구연산 30g을 준비한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극세사 천을 구연산 물에 적셔서
분리된 루프의 더러운 부분을 닦는다.
이미 굳어져있는 부분이 있다면
박박 문지르면 되지만
그래도 정 안되는 게 있다면
구연산에 충분히 적신 천을
이물질이 굳어진 부분 위에 올려두고
좀 시간을 뒀다가 닦아주면 된다.
구연산물로 잘 닦았다면
이번에는 깨끗한 물로 적신 천으로
구연산을 닦아내면
루프 청소는 끝이다.
이제 본체와 물통을 청소할 차례이다.
물통을 뒤집어서 굴뚝을 분리해낼 것이다.
다이얼을 왼쪽으로 돌려서
뾰족한 부분이
자물쇠 그림이 풀린 곳으로
위치하게 한다.
아주 더러운 굴뚝이 분리되었다.
(굴뚝이 정식명칭임)
다음은 저 고정 탭을 가운데로 잡아서
씰을 밖으로 밀어내면 된다.
나처럼 청소가 오랜만이면
잘 안 밀어지니 힘을 좀 더 써본다.
씰과 굴뚝이 분리된 모습.
분리된 씰과 굴뚝을 아까 만들어놓았던
구연산 용액에 15분 담가놨다가 세척한다.
본체의 진동자가 있는 이 부분에도
구연산 용액을 넣어 15분간 두었다가 헹궈낸다.
여기에 물때가 끼어있는 곳이 있다면
면봉을 이용해서 닦아준다.
물로 헹굴 때에는 팬 안쪽이나 본체 바깥쪽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깨끗해진 씰과 굴뚝을 말려놓고
물통 청소를 시작한다.
다시 구연산물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장갑 낀 손으로 휘휘 저어서
구연산이 빨리 잘 녹게 해준다.
물통에 구연산 물을 붓는다.
마개를 닫고 30초 동안 열심히 흔들어주고
15분간 둔다.
물통에 15분간 구연산물을 넣은 채 방치할 때
나는 이 부분을 닦아준다.
역시 구연산물과 면봉으로 닦으면
쉽게 깨끗해진다.
15분이 지나면 아까 방치했던
물통을 물로 깨끗이 헹궈준다.
물통 안에 있는 물이 완벽하게
전부 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 넣고 - 마개 잠그고 - 흔들어 헹구고
또다시 물 넣고 - 마개 잠그고 - 헹구고
이 과정을 찝찝하지 않을 때까지 한다.
이 정도 되면 도대체 왜 물건을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화가 좀 나게 된다.
(뒷부분 사진이 없는 이유)
그러나 아직 마지막이 남았으니 화를 누르고
물통 바깥쪽들을 닦는다. 굴뚝이 있던 자리가
아주 더러워져있을 것이다.
빠짐없이 극세사 천으로 닦아준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씰을 넣고,
굴뚝을 조립하고,
다이얼 돌려 잠가주고,
루프 조립해서 본체에 끼워주는
전체 재조립 과정을 다시 한다.
다이슨에서는 공식적으로 하얀 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여과되거나 증류된 수돗물 사용을 권장한다.
한여름에 보관 시에는 이 전체 청소과정을 다 거치고,
물통안의 물기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물기를 털어내고
뚜껑을 연 채로 마를 때까지 며칠 기다렸다가
물기가 없어지고나면 물통 뚜껑을 닫고
애매한 선풍기로 쓴다.
도대체 물통을 왜그러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닌데
팬 청소가 남아있다.
위의 과정이 다이슨이 공식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혹은
보관 전후로 권장하는 청소방법이다.
그런데 제품을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다 보면
소음이 심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때에는 바람이 만들어지는
안쪽 팬을 살펴보면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그 과정을 겪어서 팬 부분을
분해해서 청소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아직까지는 소음은
처음 수준을 되찾았으나
전면 디스플레이 창에서 특정 부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현상이 생겼다.
혹시 팬 청소 계획이 있다면
신중하게 조심히 하길 바란다.
여하튼 그럼에도 모터와 팬 청소는
너무 필요한 일이었다.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나왔고
소음도 너무 심했으니까.
이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과 함께
안전한 청소법을 제공했으면 한다.
이미 위의 과정만으로도
지치고 지쳤으니 팬 청소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겠다.
관리가 이런데도 사실건가요
정말...? 굳이...?
글의 첫 시작에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난 얘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온 손님마다 다들
다이슨 가습기가 괜찮으면
구매하고 싶다며 성능을 물어왔는데
내 대답은 한결같이
"안돼. 사지 마."였다.
관리도 어렵지만
자동모드도 좀 이상하다.
이 제품이 바람만 나오게 해서
선풍기로 쓸 수 있는
애매하게 쓸데없는 기능이 있는데
(바람 한여름엔 못 쓸 정도임)
그것 때문인지,
목표 습도에 도달하면
가습이 중단되는 자동모드에서
목표 습도에 도달했을 때
바람이 나오는 것도
같이 중단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물은 안 나와도 바람은 계속 나온다.
한겨울에 너무 춥다.
또 디스플레이의 밝기 조절이 안된다.
꺼지는 것도 당연히 안된다.
밤에 방에서 사용하려면 너무 밝아서
디스플레이 부분을 두꺼운 종이로 가려놨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다이슨 가습기는 추천 안 합니다.
가습기의 첫 번째 가치는
'얼마나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산 가습기들을
분해 청소가 쉬운 것을 강조하며 판매하고 있다.
거기에 익숙했던 나는
분해 청소는 당연히 쉽겠지 하고
UV 기능만을 보고 이 제품을 구매했었다.
요즘 다이슨에서 나오는 최근 제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16년에는 다이슨밖에 없었다지만
지금은 좋은 제품이 꽤 있다.
몇 년 전 겨울 부모님 집과 지인의 집에
가습기를 내가 추천했는데
대용량에 UV 기능이 있는 제품이었다.
올해 초에 이사 때문에 부모님 집에서
한 달 동안 살면서
이 가습기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대용량에, 편리한 물통에, UV 살균에
청소까지 쉬웠다.
그 회사에서 신제품이 나왔지만
나에게 가습기 살 기회가 또 있다면
나는 부모님 집에 있는 그
대용량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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